한국에서의 꼴통
나로 치자면, 나는 한국에서 극소수에 해당하는 사람이다. 젊은 나이에 한의학과 불교, 명상에 심취한 사람이고 빠릿빠릿하지 못하고 느린 사람이며, 민족주의 집단주의적인 사람이기보다는 개인의 행복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나 같은 사람은 한국에서 4차원을 넘어선 5차원으로 시작하여 꼴통으로 낙인찍히기가 쉽다. 추가로 자신의 사고를 한국에 맞게 고치지 않으므로 고집불통이라는 수식어도 따라다닌다.
난 확실히 주류사회에 매끄럽게 녹아들 수 있는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다양한 생각과 경험들을 통해서 확인해왔다. 나라고 처음부터 꼴통이었던 것은 아니다. 집에서는 부모님 말씀을 착실히 이행하는 효자였으며, 학교에서는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는 모범생이었다. 하지만 한국이 아닌 두 나라에서 학창시절을 보내면서 애초에 정해진 상식이나 답이라는 것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고, 나에게 생각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부터는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풀어헤쳐보기 시작했다.
그로 인한 반응은 생소함이었으며, 공감받지 못하고 주류에 소속되지 못하는 결과를 얻게 되었다. 특히나 다름을 틀림이라는 단어로 혼용하여 사용하고 있는 한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나는 곧 다른 사람이기보다는 틀린 사람, 잘 살지 못하는 사람으로 낙인이 찍히기 마련이었다.
한국은 정해진 답이 있는 나라다
한국은 아파트라는 획일적 주거형태, 비슷한 형태의 초중고교, 산업화시대에서 비롯된 독재정치와 재벌중심주의적 경제 체제로 인한 경제성장 등을 통해 획일성과 효율성이라는 키워드로 성장해왔다.
직업의 귀천이 없다는 말은 그렇게 입에 달고 살지만, 한국만큼 직업에 답안지가 명확한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소위 말하는 사짜직업들이고, 서울대 나온 사람들이다.
어떤 대학교에 들어간 것이 스스로 자랑스러울 수도 있고, 그 사람의 노고를 인정해주는 것이야 자연스러운 것이라지만 어떤 개인을 너무 추앙하고 우러러보는 경향이 너무나도 강하다. 그 사람의 내적인 성취보다도 외적인 성취가 훨씬더 강조되는 사회풍토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부모님끼리 만나면 아들딸 자랑들을 그렇게 하는데 명문대, 대기업 이런 것 하나 없으면 입도 뻥끗하지 못한다. 그렇게 살지 못한 아들딸들은 틀린 삶을 살아버린 것이 된다. 이런 세상에 그런 명문대나 대기업 다니는 것도 아닌데, 자랑스럽게 자신의 자녀를 자랑할 수 있는 부모라면 그 부모는 존경받아 마땅한 분들이다.
어느 곳에 있더라도 비교하는 것이야 있긴 하지만, 한국은 그 비교대상이 극단적이기 때문에 외적인 가치가 본질이 되는 사회인 한국에서는 결코 자존감을 올릴 수 없다.
위의 두 가지 집은 "다른" 집이지만, 한국에서 오른쪽 집은 틀렸다고 하는 사람이 허다하다. 다른 삶의 방식임을 인정해주려고 하지 않는다.
내가 스님이 되고자 하였을 때 지인들은 모두 내가 잘못된 길을 가는 것이라고 했다. 도대체 그들이 말하는 정답이 뭘까? 그들은 삶을, 자신을 그토록 명확히 알고 있다고 자신하고 있는 것일까? 어느 누가 각자의 선택을 평가할 권리가 있을까?
각자의 생각이 있을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먼저 그 이유를 들어보는 것이건만, 아무도 듣고자 하지 않는다. 이미 나는 틀린 길을 걸어가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묻고 싶다. 당신들은 "옳은" 길을 걸어가서 그렇게 많이 행복하신가요? 만족스러우신가요? 후회가 없으신가요?
한국은 개인의 색채를 잃고서 살아가고 있다. 남들과 달라짐을 너무나도 두려워하고 있다.
국가를 위해 국민이 희생하는 나라
87년도까지 학교에서도 꾸준히 읽혀왔던 '국민교육헌장'이라는 것을 보면
우리는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로 시작하는데, 이것은 개인의 인권을 보장하거나 행복한 삶을 살기위한 내용이 아니고, 우리들의 사명 자체가 국가의 발전과 번영을 위해서 라고 정의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사람이라는 것은 정신적으로 세뇌를 당하기가 매우 쉬운데, 87년도 이전에 태어난 사람들은 바로 이것이 선이고 자신들의 사명이라고 무의식 중에 새긴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 국가의 번성에 도움이 안되는 사람들은 곧 이 나라에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 되는 것이다.
또 한 가지를 살펴보면, 국기에 대한 맹세가 있다.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이것은 국가와 국민의 역할과 목표과 뒤바뀐 것으로 국민을 국가가 지키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국가를 위해 희생해야 하는 구조가 되어 있다.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는 드라마나 영화를 매우 감동적으로 그려넣은 작품들이 한국에는 유난히 많은데, 작품성으로 이해하고 그것을 내면화하여 자신의 성장에 도움이 되게 하는 것은 뭐라고 하지 못하겠지만, 그 안에 담긴 비상식적인 도덕과 메시지는 스스로 필터링을 할 필요가 있다.
개개인의 생명이 존중하는 것이 아닌, 국가를 위해 희생되어야 하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이것이 옳은 것이고 정의이며 선이라는 것을 넌지시 강요하고 있는 것이 바로 정치, 경제, 언론이 하는 일이다.
여기서 말해두지만, 나는 결코 고작 한국이라는 나라 하나를 빛내기 위해서 태어난 존재가 아니며, 부득이 한국에서 한국인 부모 밑에 태어나 한국인으로서 살아가고는 있지만, 나의 정체성을 한국인으로 국한시키지 않을 것이다.
정신적 후진국
한국이 경제적인 지표들만 보면 확실한 선진국 반열에 들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국민들 대다수가 돈이면 다 된다고 생각하는 물질만능주의에 빠져 있다. 돈이 가장 큰 가치로 자리매김되어 있기 때문에 돈 많은 사람이 가장 존경받는 사람이고, 가장 성공한 사람이다. 그러므로 한국에서 산다는 것은 곧 돈을 많이 벌어야 하는 삶이다. 돈이라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나 중요한 것이지만, 한국의 물질만능주의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2015년 세계 가치관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행복도는 매우 낮으며 정신적 스트레스는 매우 높다. 한국의 고갈등, 저관리, 저신뢰성의 바탕에는 강력한 물질만능주의 문화가 있는데, 어릴 때부터 가정과 학교에서 물질주의 문화를 심하게 교육받고 있다. 물질주의 성향과 관련된 가치항목으로는
1. 독립심
2. 근면성
3. 절약저축성
4. 목표달성을 위한 인내
와 같은 가치가 있고,
탈물질주의 성향과 관련된 가치항목으로는
1. 타인에 대한 관용
2. 비이기적 행동
3. 타인 존중
4. 상상력
과 같은 항목이 있다.
그런데 후자 가치항목에 해당하는 타인에 대한 관용과 존경에 대한 가정교육의 강도에서 한국은 가장 순위가 낮게 나왔다. 가장 이기적이며 물질만능주의 국가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에서는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의 교육에 매우 소홀한 국가임을 알 수 있다.
물질주의를 벗어난 국가들의 수준을 비교해보면 한국은 진정 후진국에 해당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고갈등, 저관리 사회라고 흔히 불리는 터키나 폴란드보다도 훨씬 낮은 순위를 기록한 한국은 극단적인 물질주의적 사회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갈등을 조장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이다.
한국인들은 겉으로는 탈물질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그것은 선비정신을 표방하는 조선시대 때부터 이어져온 악습이며 위선적이다.
한국은 물질주의적으로 직업을 선택하는데 그 기준이 소득 보수와, 안정성, 사회적 지위가 그 기준이 된다. 보람이나 관계와 같은 것은 그리 중요시되지 않는다. 재물을 위해서 고진감래의 고행을 수행하는 나라라는 것이다. 스트레스가 없을 수 있겠는가.
바람적인 국가란 경제성장과 좋은 일자리만을 의미하지 않으며, 정신문화가 바뀌어야 하고 그것의 가장 핵심이 교육이므로 바뀌어야 한다.
획일적 교육
단순암기식 교육과 획일적 목표가 그것이니 창의성이 없이 일을 하려고 하며, 꿈이 없는 인재들이 양성되고 있다. 획일적 커리큘럼, 써먹을 수 없는 지식위주의 학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국은 맹목적이라는 특성이 있다. 종교적으로 들어가도 "믿음" 하나만을 강조하고 논리가 없으며, "과학"을 공부하는 사람은 과학이라는 종교만을 신봉한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배척한다. 본질이 하나를 가리키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음에서 비롯되는 오류다.
그러므로 종교인과도 소통할 수 없고, 과학도와도 소통하기란 어려운 것이다. 그들은 보여지는 활자에 매몰되어 진실은 바라보지 못하고 인정하지 못하는데, 활자를 경전이라 칭하고 활자를 우주라 칭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진짜는 활자 너머에 있음을 알지 못하는 것은 바로 보여지는 것 이외에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물질만능주의가 큰 이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교육은 저급한 물질주의에서부터 고급의 자유주의 개인주의 문화로 넘어가야 할 것이며, 가장 중요하게 여겨져야 할 가치는 자유가 되어야 할 것이다. 자유는 성숙한 개인주의의 선물이며, 선택할 자유와 평등한 기회가 바탕이 된다.
자유의 본질은 자기 인생을 자기가 책임지고 설계하고 성취하는 것을 의미한다.
꼰대들의 천국 대한민국
한국은 세속화 정도는 매우 높지만, 개인의 자유도는 상당히 낮은 문화권에 속하고 있는데, 중국이나 대만보다도 낮은 것을 알 수 있다. 자기 표현의 수준이 억압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에 살아보고, 영어권 국가에 살아본 바에 따라도 한국은 자기표현의 자유도가 상당히 억압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러니 나와 같이 정신적 가치를 추구하고자 하는 사람은 땡! 잘못된 삶을 살아가는 사람으로 낙인찍힐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위에서 말한 것들을 토대로 하여 한국은 정해진 답을 향해 가는데, 국가적 답은 정해져 있다고 하지만 또 개인적 받아들임에서 모순이 일어나면서 그 정답을 개인적으로 해석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각자의 정의를 강요하는데, 이것이 한국을 특정하는 또 하나의 꼰대라는 키워드를 만들어낸다.
한국에는 소위 오지라퍼들이 매우 많은데, 이들은 남의 삶에 과하게 참견한다. 너무나도 쉽게 자신의 잣대로 다른 사람을 평가내리고 함부로 개개인의 삶을 틀렸다고 말한다.
꼰대란 나이가 많은 사람들에 국한되지 않는데, 외모지적질을 하는 젊은 꼰대들도 똑같다. 그러니 눈치문화가 가장 발달한 것이 한국이다.
잘하는 것도 많은 나라인 내 나라이지만, 한국의 문제점을 한 번 짚어보고 싶었다. 과거엔 한국이 정말 선진국으로서 도약하는가 싶었지만, 정신적인 선진국이 되지 못하고서는 진정한 선진국이라 불릴 수 없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어찌 물질만능주의 국가가 오래 갈 수 있겠고, 다양성이 존중받지 못하는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겠는가? 이미 그것은 자연을 통해 알 수 있는 답이다.
덕을 쌓고자 하지 않고, 다양성으로써 뒷받침되지 않는 국가는 위태롭다. 한국은 여전히 후진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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